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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PS(복합부위 통증 증후군)와 CIPA(선천성 무통각증 및 무한증)자기계발,일기 2018. 12. 4. 00:35반응형
나는 지금까지 CRPS(희귀병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 환자에 관한 뉴스를 보면서, 정말 이 병은 신이 있다면 한 인간에게 내릴 수 있는 가장 악한 저주라고 생각했었다. CRPS로 고통받는 사람의 표정을 보면 이미 삶을 지속하기를 포기한 사람의 표정일 정도로 그 고통 자체가 심각한 것은 당연했고, 무엇보다 CRPS증상을 겪게 되는 큰 계기가 없이 자연스럽게(?) 증후군 증상을 보이게 된다는 점이 정말 무서웠다. 내가 지금까지 알아본 CRPS에 대한 정보는 다음과 같다.
CRPS :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 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
- 신체의 특정부위가 아리거나 화끈거리는 등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극심한 통증이 지속되는 질환. 현재 국내에서 약 1.5만 명 정도가 이 증후군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 비하면 매우 낮은 비율이지만 이걸 과연 희귀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1만 5천명이면 꽤 많은, 절대 적지 않은 숫자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CRPS는 아직까지 발병의 정확한 원인이 불분명해 구체적 진단기준이 없는 상황이다.
- '극심한 통증'이 어느 정도인가 하면, '이 세상에서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심한 통증' 이라고 하는데, 손발을 자르는 것보다, 불로 살을 태우는 것보다 더 심한 통증이 지속된다고 한다.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CRPS 환자 중 37.5%는 자살시도를 한다고 한다.
- CRPS가 더 무서운 점은 유전적 요인에 의한다거나 해서 걸리는 병이 아니라는 점이다. 길을 가다 넘어지거나, 의자에서 일어나다가 책상 모서리에 부딪치거나 하는 가벼운 마찰에도 CRPS증상을 보일 수 있으며 그로부터 고통이 무한정 지속되기도 한다. 평소에 아무 문제가 없었더라도, 작은 자극에도 극심한 통증을 겪는 일이 갑자기 생긴다면 CRPS를 바로 의심해보아야 하며 병원에 방문하여 조기치료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검색 중 CRPS와 정 반대의 성격을 가진 질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CIPA(선천성 무통각증 및 무한증, Congenital Insensitivity to Pain with Anhidrosis)가 그것으로, 통점ㆍ냉점ㆍ온점이 없어 신체적 고통이나 뜨거움과 차가움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질환이라고 한다. 처음 이 증상에 대한 글을 읽었을 때는 '이게 병인가? 엄청 좋을 것 같은데? CRPS는 하루하루가 고통인데 CIPA는 고통을 못느낀다는데.. CIPA는 오히려 일반인보다도 좋은 것 아닌가' 라고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 CRPS환자보다도 훨씬 희귀한 질환이라는 CIPA에 관한 다큐를 보면서 그러한 넘겨짚음이 완전히 틀린 것을 깨닫게 되었다.
CIPA 환자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기에 몸에 이상이 생긴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길을 가다 넘어져 뼈가 부러져도 전혀 고통을 느끼지 못하기에,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기에 아무렇지 않게 일상생활을 지속하려고 하고,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인지하지 못한 채로 시간은 흘러간다. 고통은 느끼지 못하지만 실제로 내 몸의 내부는 급격히 악화된다. 내가 내 몸에 대해서 옳은 판단을 내릴 수 없기 때문에, 항상 다른 사람이 옆에서 진단해줘야 한다.
예를 들면, CIPA환자는 손가락이 잘리거나 하는 큰 사고에도 전혀 통증을 느끼지 못하므로, 다른 사람이 보기엔 피를 철철 흘리는 상황이지만 자신은 '손가락이 잘린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과다출혈 등으로 인한 문제는 물론이고, 나중에 인지한다고 하더라도 조직 괴사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더위나 추위를 느끼지 못하므로 내 몸이 내가 모르는 사이에 한없이 뜨거워지거나 차가워져 제 기능을 못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CIPA 환자가 열사병으로 사망한다고 한다. 나는 더위를 느끼지 못하지만 내 몸의 장기들은 더위에 이미 기능을 잃어 가는 것이다. '느끼지만' 못할 뿐, 내 몸이 더위에 무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CRPS 환자들은 몸은 정상이고 체내 기관들은 아무 문제가 없지만 내가 느끼는 고통이 극심하다. 반대로, CIPA 환자들은 내 정신은 멀쩡하고 고통도 없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몸이 심각하게 망가져 간다. 어느 한 쪽이 낫다고 보기 어렵다.
두 가지 증상을 보면서, 고통이라는 것의 적절함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과해서도, 너무 없어서도 안 되는 적절한 고통이 우리의 삶의 밸런스를 얼마나 잘 유지시키고 있는지...
CRPS, CIPA 모두 빠른 시일 내에 발병 원인이 규명되고, 치료법이 개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반응형'자기계발,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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